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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해외의료봉사 현장을 가다(상)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15-11-10 08:40:37 | 조회수 : 3904

 

해외의료봉사 현장을 가다

<상> 열악한 현장에서 고군분투
2015년 11월 09일 (월) 16:09:50 이웅재 wooin@gnnews.co.kr
지진과 해일, 가뭄과 홍수 등 각종 재난에 국내에서의 해외 기부·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존의 시대. 특히 민간차원에서 펼치는 의료 등 봉사활동은 국가와 이념을 넘어 사랑으로 싹트고 국위선양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인구 12만 소도시의 2차 진료기관인 삼천포서울병원이 필리핀 오지 빈민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되는 이 사업을 7년째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민간외교다.
이에 본보는 삼천포서울병원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캐존시와 리쟐주 몬딸반에서 실시한 ‘제7차 필리핀 해외의료봉사 및 의약품 기증’현장을 밀착 취재했다./편집자주
기증
삼천포서울병원 이승연 이사장이 김종명 선교사에게 5000만원 의약품 기증서를 전달했다.

삼천포서울병원 이승연 이사장과 최신환 부원장(내과), 이진원 과장(정형외과), 최정숙 간호부장 등 10명의 직원들과 국제대·진주보건대 간호학과 학생 11명을 포함해 모두 28명의 필리핀 의료봉사단이 지난 5일 오후 6시30분 김해공항에 집결했다.
이승연 이사장은 ‘충실한 의료봉사와 함께 무사귀환’을 당부하는 간단한 인사 말로 일행들을 챙겼다.
그렇게 장도에 오른 우리 일행은 현지시각 오후 8시30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공항에 도착해 김종명(53·필린베스트1 빌리지) 씨를 만났다.
김종명 씨는 10여년전 필리핀에 정착해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선교사다. 안산시에서 치과를 운영했으며, 필리핀 한인선교사회 의료분과에 속해 있다.
김종명 선교사는 10여년 동안 필리핀 각지 의료봉사와 복음전파로 6개의 교회를 설립했다. 65세 정년까지 30개 설립이 목표라고 했다. 필리핀에서 한인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는 교육과 자립, 건강을 관리하는 구심체 기능을 하고 있다.
 
타이틀
삼천포서울병원 필리핀의료봉사단이 6일오전 8시 필리핀 마닐라 케존시 난민촌 야외농구장에서 의료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삼천포서울병원이 필리핀의료봉사를 시작하게된 계기도 김종명 선교사와 이승연 이사장이 고향 마산 선후배란 인연이 있어 가능했다. 이 이사장이 2년 선배다.
이승연 이사장은 “의료봉사를 권하는 이 친구의 제안에 따라 처음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형편 껏 의약품이나 기증하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그렇지가 않더군요. 의료봉사 3년만에 병원 의료진을 동행하고 직접 진료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한 결정이었는데… (웃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불평없이 제 진심을 받아준 진료부에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고 회상했다.
6일 오전 8시, 김종명 선교사의 집과 호텔에서 4대의 승합차를 이용해 출발한 의료봉사단은 오전 9시 마닐라 캐존시 파야타스 쓰레기장 일대 형성된 빈민가의 야외 농구장에 마련된 의료봉사장에 도착했다. 행사 3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주민 등 8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가 시작됐다.
치유로 열매 맺는 의료선교사회 김종명 선교사와 현지 의료인 10여명이 동참했다.
한명이라도 더 수술
삼천포서울병원 이진원 과장이 수술에 들어가 발등을 꿰매고 있다.


이날 삼천포서울병원 최신환 부원장은 “제대로된 시설에서 진료하는 것도 아니고 장비도 제한적이고, 의사와 환자가 처음 보고 의사소통도 원활치 않은데…,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선진국 대한민국 의사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만일 다른 경로로 우리가 놓친 질병이 드러난다면…, 열악한 진료현장 운운은 변명거리 밖에 안되거든요”라는 말에 각오를 담았다.
최신환 부원장의 진료와 처방은 혹시를 기대하는 환자와 비상약 수령자, 일반 환자 등으로 대별해 달라진다.
“5일치 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그런데 절대로 지금 먹으면 안됩니다. 잘 보관했다가 아플 때 마다 드시라고 꼭 말해주세요”라고 통역에게 당부하는 것은 ‘비상약을 확보해 두겠다’는 주민 욕구를 이해한 처방으로 약 80% 정도를 차지한다.
최 부원장은 “수질성 질환 등 전염성이 높은 환자는 꾸준한 치료와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완치 가능한데… 되겠습니까”라고 빈민들의 당면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짠 음식 먹지 말고, 깨끗이 씻고, 이 약 잘 먹으면 낫는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헛 짓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봐
삼천포서울병원 최신환 부원장이 김종명 선교사(치과의사)에게 소아 농가진 치료를 맡기고 있다.


현지인에 대한 안타까움은 의료 영역을 깨트렸다. 일정 마지막날 버짐(소아 농가진으로 추정)이 온 머리와 몸으로 번진 애기를 치료할 때다. 최 부원장이 이빨 치료를 하고 있는 김종명 선교사를 불러 치료를 맡겼다.
“한번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지역에서 쉽게 발병하고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인데 치료가 쉽다면 현지 의료인이 직접 배워서 해야 한다”는 최 부원장의 권유에 김종명 선교사는 본업(치과)을 잠시 접고 가위로 애기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했다.
교통체증으로 번잡한 시가지를 벗어나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가 지났다. 천진난만한 웃음과 맑은 눈동자가 떠올라 쉬 잠들지 못했다.
7일 오전 8시 숙소를 떠나 오전 9시 리쟐주 몬딸반 산이사도라 교회(목사 김용기)에 도착했다.
어제 보다 더 많은 1300명의 인파가 모였지만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며 교회가 구심점이란 말을 실감했다. 김용기 목사는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10㎞ 60만명의 주민들에게 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현지 의료진
김종명 선교사와 인연을 맺고 있는 현지 의료진의 진료 장면.


단 하룻만에 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달라진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해야할 일을 알게됨으로써 접수팀과 의료팀, 제약팀간 협업이 원활해진 것이다. 봉사자들의 마음가짐도 변했다. 한명이라도 더 진료하겠다는 것이 잰걸음과 손놀림에 뭍어나온다.
특히, 삼천포서울병원 이진원 과장은 예정된 진료시간을 훌쩍 넘겨 2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수일전 발을 다친 환자와 당일 칼에 찔린 환자의 봉합 수술을 현장에서 펼쳤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덧나게 되고 만일의 경우 평생 안고가야 할 장애가 될 수도 있어 칼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웅재기자

빈민가 전경
첫날 의료봉사 한 캐존시 파야타스 빈민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