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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해외의료봉사 현장을 가다(하)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15-12-26 10:01:19 | 조회수 : 3605
해외의료봉사 현장을 가다
<하>단기해외의료봉사의 한계와 대책
2015년 11월 11일 (수) 15:04:00 이웅재 wooin@gnnews.co.kr
   
7일 산이사도라 교회에 모인 아이들과 주민들이 의료진 행사에 환호하고 있다. 의료봉사진은 이들의 티없이 맑은 표정과 흑보석 같은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삼천포서울병원 제7차 필리핀의료봉사에는 병원임직원 12명과 대학생 12명, 취재기자 4명 등 모두28명의 한국인 봉사단과 필리핀 현지의료진 4명, ‘치유로 열매맺는 의료선교사회’ 봉사자 10명, 국제기아대책 선교사회 20명 등 모두 62명이 참여했다.

삼천포서울병원은 제7차 필리핀 의료봉사를 마친 8일 오전 호텔 로비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승연 이사장은 “김종명 선교사, 황민아 약사, 여러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의 역할이 컸고, 또한 진료파트 의료진 등 모두 힘든 일정을 소화해내며 진정성 있는 진료를 한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짧은 봉사활동이었지만, 봉사활동 후에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앞으로 더 나은 진료를 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진료파트에서 3가지 정도 보강사항이 나왔다. 학생들도 느낀 점과 차후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해 달라. 차후 해외의료봉사활동에 참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진료부 최신환 부원장은 “환자가 처음 본 의사에게 진료를 맡긴다는 것은 여간 신뢰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인데 여기서는 그것이 행해지고 있다.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고무적인 결과지만 의사란 책임감을 생각할 때 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놓친 질환을 다른 경로로 이들이 알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여건이다. 이 경우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그동안 쌓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 의료 수준과 위상이 추락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이어 “초진 환자를 칸막이도 없이 사방 팔방 완전히 노출된 어수선한 장소에서 진료하고 처방을 내리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며 “환자와 일대일로 상담하고 진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스 정도는 마련돼야 완치는 못해도 잠재질환을 찾아내고 적절한 처방을 알려 줄 수 있다”고 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케존시 파야타스 B 빈민가 전경. 길너머 산은 쓰레기더미가 쌓여 만들어 진 것이다. 이지역 주민들은 여기서 폐자재를 수거해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다.

또 봉사자로 함께했던 대학생들은 “배움을 현실에 적용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며 “출발전 의료봉사에서 무엇을 하게 되는지 등 하는 일에 대한 정보 습득이 필요하고, 혈압계와 체온계 등을 봉사단 수에 맞게 준비해야한다. 약국파트는 약에 대한 정보 미리 알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과진료대 수량이 부족했다. 필리핀 현지언어 소통에 힘든 부분이 있어 중간통역자가 필요하다”고 다양한 건의를 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짜여진 ‘삼천포서울병원 제7차 필리핀의료봉사’는 실제 6일과 7일 진행됐다. 현장을 체험한 모든 이들은 ‘한사람이라도 더 진료하고자 애쓰는 의료진과 봉사단의 열정’을 생각할 때 단기해외의료봉사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입 모아 말했다.

혈압·체온 측정과 채혈, 환자 분류, 약국보조, 치과 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대학생봉사자와 영역을 넘나들며 진료에 전력투구한 의료진의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간담회의 결론은 ‘더 나은 봉사를 하고 싶다’로 매듭지어졌다.

이심전심인가, 이번 일정을 총괄해온 이승연 이사장도 더 할 수 있었는데 더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 내 듯 “현지에 정기 진료가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싶다”는 의향을 비췄다. 해도해도 부족하게 느껴져 또 하게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왔던 그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는 “봉사에 중독되면 약도 없다”고 무시로 말해 왔다.

이승연 이사장은 “아무리 유능한 의사도 장비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 환자 대부분이 전염성 강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현지 사정을 볼때 이동식 X-Ray 등 간단한 장비만 갖춰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며 “현지 빈민들의 삶에 구심점이 되고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간이 진료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필리핀 주민들이 애용하는 이동 수단인 트라이앵글이 빈민가가 접한 길가에 줄지어 서있다. 트라이 앵글은 오토바이 옆에 수레를 붙여 놓은 형태로 허가 구간만 운행할 수 있다.
   
▲ 필리핀이 생산하는 유일한 자동차 치푸니, 마을버스 형태로 운행한다. 외국차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뒤에 매달려 가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지역사회는 이 이사장의 고민과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각도 있다.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필리핀 빈민 진료에 나선 의료봉사단의 선의가 현지에서 호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사실이지만 단일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가용 전문의료진을 일정 기간 빼내 봉사에 투입한다는 것은 병원 경영과 직결되는 문제로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단일 병원의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역참여의 문호를 개방, 지역사회의 협조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현 가능성도 높다. 실제 사천 운김회(회장 김영식)는 이번 해외의료봉사 소식을 듣고 의약품 구입비로 성금 100만원을 쾌척했다. 운김회는 지역사회 봉사를 위한 친목단체이다. 그리고, 지역내 상아치과 박남효 원장도 동참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시의원 구정화 씨도 참여의사를 표명했다. 이승연 이사장은 원한다면 누구라도 참여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대외적으로 그동안 구축된 필리핀 현지 선교사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지난 5월 산델 수술때 동행해 수술을 참관했던 현지 의료인들과의 협진체제 구축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필리핀 의료진은 외과 내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성형외과 협진으로 진행되는 한국의 의료 수준에 감탄을 토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이를 토대로 계획을 수립한다면 최근 이승연 이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현지 진료소 운영계획도 탄력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봉사에 참여한 최신환 부원장도 이에 대해 의견을 보탰다. 한국의 탁월한 IT 기술을 접목해서 화상진료 등 원격진료 시스템을 운용하면 이 이사장의 구상이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기관과 인사가 참여하더라도 현재의 여건에서 필리핀 해외봉사의 주체가 삼천포서울병원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이승연 이사장이 필리핀 의료봉사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인 현지 선교사들과 적극적인 협조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