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만나봅시다]필리핀 의료봉사 벌이는 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16-04-26 08:25:32 | 조회수 : 2557
[만나봅시다] 필리핀 의료봉사 벌이는 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
“약 한 알 받으러 종일 기다리던 애절한 눈빛에 7차례 갔죠”
장기적으로 필리핀 현지에 ‘간이병원’ 설립하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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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이 필리핀의 열악한 의료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약 한 알 받기 위해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던 필리핀인들의 애절한 눈빛을 보고선 다시 안 갈 수 없었습니다. 해외 의료봉사를 할 정도로 병원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도 아닙니다. (의료봉사를) 하다 보니 보람되고 재미도 있으며, 또 잘 한다고 칭찬해주니 더 신나서 계속 하는 겁니다.”
그동안 7차례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승연의료재단 삼천포서울병원 이승연(55) 이사장.
이번에는 다리와 발가락 절단 위기의 50, 60대 당뇨 족부괴사 환자 두 명을 국내로 초청, 완치 후 지난 18일 걸어서 귀국토록 했다.
‘삶을 바라보는 인간의 방식은 그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 이 이사장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필리핀 의료봉사에 대해 들어봤다.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한 계기는.
▲고향 후배와의 만남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대학교 치과대 출신의 김종명(53)씨인데, 경기도 안산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며 여유 있게 지내던 그가 의원을 접고 의료선교사로 필리핀에 가 있더라고요. 2009년 그를 만나면서 국가 의료보장이 없는 필리핀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실태를 들을 수 있었고, 의료봉사 참여를 권유받으면서 ‘한 번쯤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7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리핀과의 만남은 운명적인 것 같은데요.
▲필리핀은 6·25 때 7420명을 파병해 함께 피 흘리며 이 땅의 평화를 지켰고, 전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위해 원조를 아끼지 않았던 나라입니다. 또한 사천공항 활주로를 필리핀 기술자들이 건설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특히 필리핀 이주여성 출신 1호 간호조무사 로첼 마나다(39)씨가 2010년부터 우리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것도 소중한 인연입니다. 이와 함께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필리핀에 전투기를 수출하고, 우리 병원은 필리핀 빈민들의 생명을 살피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료봉사를 7차까지 지속할 수 있는 원천은.
▲2009년 11월 1차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필리핀 중에서도 아주 열악한 마닐라 케존시 빈민촌에서 이뤄졌는데, 진료시간인 오전 9시 이전에 이미 100m 정도 늘어선 현지인들을 보고는 놀랐습니다.
의료진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였고 점심시간마저 없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서둘러 도시락을 먹고는 다시 진료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진정한 나눔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진의 헌신과 환자의 절실함이 제 마음을 두드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 12만 소도시의 2차 진료기관인 우리 병원으로선 매회 3000만~5000만원의 경비와 가용 의료진을 일정 기간 빼내 봉사에 투입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병원 가족 모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지로 가능했습니다.
-병원 직원 자녀들과 간호학과 학생들도 동참하는데.
▲2011년 당시 대학 1년생이었던 큰딸 예솔이가 통역을 자청해 참가했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다음해부터 고 2년생이었던 작은딸 예지를 비롯해 직원 자녀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 2014년부터는 한국국제대학교 간호학과 재학생을 함께 데려갔는데, 성과를 크게 거두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글로벌시대 해외봉사를 체험시키겠다는 취지였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입니다.
다만 이들이 10명 이상 늘어나면서 노파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자칫 경솔한 행동으로 현지 의료진과 환자들의 마음을 다치기라도 하지 않을까, 방문단 규모가 커지면서 안전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습니다. 학생들은 아주 진지했고, 오후에는 다리가 퉁퉁 부었는데도 조금도 쉬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었습니다.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현지 의료진을 초청한 적도 있다는데.
▲나무로 열매 맺는 의료선교사회 소속 의사진의 열정과 희생정신에 감동을 받아 의료봉사 5차 때 약속했습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선진 의료기술을 직접 볼 수 있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김종명 치과의와 필리핀 의사 4명, 간호사 2명 등 모두 7명을 15일간 초청해 삼천포서울병원의 선진화된 수술실, 척추&관절치료센터, 치료내시경센터, 뇌졸중센터, 고압산소치료실 등을 견학시키고 삼천포서울병원 의료진과 의료정보 등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때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 11세 소년 산델(Camacho Sander Lex)군을 함께 초청해 무료로 수술시킨 바 있습니다.
-이번에 두 다리 절단 위기의 환자를 초청했는데.
▲의료봉사를 갈 때는 ‘이 정도만 해도 내 능력으로선 최선이다’라는 심정인데, 막상 가보면 제가 해야 할 일이 더 보입니다. 그런데도 외면한다는 것은 의료계 종사자로서 양심에 어긋난 행동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삼천포서울병원만이 할 수 있는 당뇨족부괴사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로무알도(Romualdo C. Loyola JR·61)씨와 발가락 절단을 해야 하는 조세린(Jocelyn Beltran Ramos·57·여)씨를 지난달 3일 입국시켜 45일 만에 완치시켰습니다.
-한때 생명이 위독했다는데.
▲로무알도씨의 경우 고혈압, 당뇨는 물론 폐결핵, C형간염에다 심각한 간경화로 복수조차 생기면서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약물치료를 감당할 만큼의 간 기능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의료진은 치료가 불가능하니 귀국시키자고 했습니다. 저로선 의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한국으로 가지만 귀국할 때는 걸어서 올 거다”라며 로무알도씨의 뺨을 비비며 눈물 흘리던 그의 부인과 딸의 모습이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귀국시킨다면 사망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가족들이 나를 믿고 낯선 타국에 보냈듯이 나도 의료진을 믿는다. 모든 결과는 내가 책임질테니 최선을 다해보자”라고 설득했습니다. 급기야 사흘째는 의식불명 상태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15일 만에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지난달 22일부터는 고압산소탱크 치료를 하면서 완치시켜 걸어서 귀국시켰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필리핀 현지에 ‘간이병원’ 설립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꿈을 꾸면 언젠가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슈바이처 박사는 ‘인간이 관계를 고민할수록 서로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더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글·사진=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 이승연 삼천포서울병원 이사장은
1960년 창원시 마산 출생으로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1986년 대한적십자 경남지사 직원으로 공채됐다. 1992년 통영적십자병원에 파견, 1994년부터는 관리자로 병원경영 전반을 맡았다. 2006년 승연의료재단 삼천포서울병원을 개원했다. 현재 삼천포서울병원과 승연복지재단 삼천포요양원, 삼천포서울간호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사회활동으로 사천시희망나눔회 회장, 사천시체육회 부회장, 사천시 봉사단체 삼벌회 고문, 사천시 동삼회 고문, 사천시합창단 단장, KBS진주방송국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필리핀 마닐라 치유로 열매 맺는 나무 의료선교사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수상경력으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 경남도지사 표창, 통영시장 표창 등을 받았다.